많이 친해지는 중 연애의 역사

열흘 간의 휴가, 그러니까 열흘 동안 못 보고 돌아온 후 우리 관계가 서먹해질까 살짝 걱정하며 휴가길에 올랐는데, 의외로 매일같이 생존/상황보고(?)를 주고 받고, 영상통화도 꽤나 여러 차례 즐겁게 하면서 이것도 좋다, 싶은 마음이었는데 귀국 직전 며칠은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꽤나 힘들었다. 

귀국 날 저녁 동네 스타벅스 앞에서 만났다. 여기서 잠깐, 앵이는 정말 인풋과 아웃풋이 똑같은, 단순하지만 충실한 캐릭터이다. 내가 톡으로 “스벅 앞에서 봐!”라고 했더니 정말 스타벅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더운 날, 그냥 안에서 잠깐 기다려도 됐을텐데 ㅋㅋㅋ 이건 휴가 중에 내가 “음식 사진 좀 보내!”라고 근황 재촉을 하자 정말 끊임없이 음식 사진만 보내던 단순함과 일맥상통하는데, “네 멋진 얼굴도 보여달라구!”라고 하니 앗차 하며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주루룩 보내는, 단순하지만 충실한 캐릭터이다.  어쨌거나 만난 우리는 같이 손 붙잡고 김치찌개 먹으러 갔다. 포르투갈의 모든 것이 좋았지만 막판에는 삼삼하고 담백하기만한 음식이 좀 힘들었는데, 앵이와 마주앉아 김치찌개 한 숟갈 딱 먹으니 여행의 피로가 사르르 풀렸다.

(여전히 정리가 끝나지 않은 혹은 시작도 못 한) 이삿짐과 입을 쩍 벌린 캐리어 여행짐으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나의 집으로 곧바로 돌아왔다.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뜨거운 재회 후에 앵이는 내게 몇 번이나 쪽쪽쪽 뽀뽀하며 “네가 정말 너무나 보고싶었어”라고 말하며 내 머리를 쓸어넘겼다. “처음 며칠은 괜찮았어, 나도 친구들이랑 함께 지내며 바빴으니까. 그런데 마지막 며칠은 너무 힘들었어. 너를 다시 만나서 정말 기뻐”

몇 주간 친구들 방문을 챙기느라 피곤한 앵이와 방금 휴가에서 돌아온 나는 그렇게 잠들었다.


다음 날 퇴근 후에는 앵이의 친구와 셋이 잠실에 야구를 보러 갔다. 이번에 놀러온 친구는 한국에서 데이트를 해보고 싶다며 틴더 풀가동을 했는데, 매치는 꽤 됐지만 만남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아 많이 애타하던 바람에, 그럼 우리 클럽에 가서 친구 훅컵을 도와주자! 하고 두팔벌려 잠실에서 홍대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백년만에 가보는 홍대 클럽. 우리를 제하고는 모두 20대 초반인 것 같아서 입장하기 전까지는 조금 불편했는데, 막상 입장하니 그냥 이것 저것 상관 없이 뿜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 참 즐거웠다. 앵이랑 손잡고 들썩들썩 춤추고, 앵이는 친구의 윙맨 하느라 바쁘고 ㅋㅋ 그와중에 무료 샷 교환권으로 시작한 데낄라로 데낄라 대환장 파티가 시작되었는데, 두 번째 클럽에서 네 번째 데낄라 샷을 마신 이후로는 정신이 혼미하기 시작하여 밤이 무르익음과 동시에 나의 술취함도 무르익었다.

결국 한 클럽에서 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ㅋㅋ 그때 마침 앵이 친구가 앵이의 도움으로 이야기 & 춤 상대를 찾은 상태였는데, 내가 꾸벅꾸벅 졸며 담배를 피는 와중에 웬 남자가 내 옆으로 접근하자 앵이가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더니 친구에게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고 나를 클럽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편의점에서 물을 사와서 겨우겨우 나한테 먹이고,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럽게 나를 안듯이 걸어가다가 장거리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에게 2만원 딜을 하고 집까지 갔다. 그 정신 없는 와중에 뽀뽀하겠다고 이닦고 세수하고 ㅋㅋ 네 발로 기어나오는데 앵이는 내게 물마시라며 계속 물을 먹이고, 옷 입고 자면 안 된다고 옷을 벗겨주고 영차영차 침대에 눕혀주는데, 앗차 하더니 내 손목에 묶인 클럽 팔찌를 또 영차영차 끊어준다. ㅋㅋ 

단단하게 매인 클럽 팔찌를 으라차차 뜯는게 뭐라고 그 정신 없는 순간에도 너무 귀여운 것이다. 결국 정신이 조금 들어 다시 뽀뽀했는데 술김에 조금 과감했던 것이 매우 뜨거웠다. 그 후에 오히려 정신이 더 들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작은 논의거리 (갈등이라기엔 너무나 부드러운 대화였지만 골자는 나와 무언가 사이에서의 우선순위 설정이었다, 시시하게도) 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앵이가 말했다.

너를 만나서, 너와 함께여서 정말 행복해. 너는 나를 행복하게 해. 네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정말정말 좋아.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모든 거야. 지금 내겐 네가 전부야. 나는 우리가 잘 되었으면 해.

뻔한 말들이지만 사랑에 빠진 이 순간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말이다. 누구나 갖는 감정이지만, 지금 너와 나 사이에서 한 없이 특별하고 유일한 감정.

나는 앵이의 품에 머리를 묻고 몇 번이나 말했다. 

나와 함께 있어줘, 나와 함께 있어줘.




덧글

  • 붕숭아 2018/07/31 00:25 # 답글

    "뻔한 말들이지만 사랑에 빠진 이 순간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말이다. 누구나 갖는 감정이지만, 지금 너와 나 사이에서 한 없이 특별하고 유일한 감정."
    이부분 매우 공감+너무 좋아요..! 앵님과 계속 함께 좋은 이야기들 기대해요>.<
  • 초코홀릭 2018/08/01 23:23 # 답글

    ㄲ ㅑ 악 너무 좋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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