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up to makeup, 향수와 섬유유연제 그리고 옛 구남친 끄적이

자연주의 히피였던 구남친(이제는 자신있게 그를 구남친이라고 부를 수 있다 ㅋㅋ)이었기 때문에 같이 있을 땐 화장을 덜 하거나 향수를 뿌리지 못했는데 (미리 하지 말라고 억압한 것은 아니었지만 화장을 하거나 향수를 뿌리면 질색하는 반응이었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이게 더 나쁜 듯 ㅋㅋ) 이젠 자유롭게 내가 화장하고 싶을 때 하고 쌩얼이고 싶을 때 쌩얼이며, 향수를 뿌리고 싶으면 뿌린다.

섬유유연제 역시 오랜기간 쓰지 않았고 항균 헹굼제?로 대신했는데, 얼마 전 드럭스토어에 가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깨끗한 향의 (미네랄 향이라는데 미네랄 향은 대체 뭡니까 ㅋㅋ) 섬유유연제를 겟해서 얼마간 빨래를 하니 옷들에서 보송보송하고 맑은 냄새가 난다. 

이렇게 억눌리지 않고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솔직히 아쉬웠다. 그런데... 점점 좋다 ㅋㅋ

한 달에 한 번 그날 전에 살짝 우울해지지만 큰 그림으로 봤을 때 나는 잘 지낸다. 연말 버프도 받아서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새로운 취미생활도 시작하면서 즐겁고 여유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한 가지를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결정되면 또 당분간 나의 삶은 조금 어떤 방향으로든 살짝 나아가게 된다.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요즘은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겠거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소화할 수 없는 상황에서 꾸역꾸역 일부러 우겨넣으려고 하면 체한다. 삼킬 수 없을 때에는 조금 기다린다.


내년에 30번째 생일을 맞는 미국인 친구가 베를린에서의 생일파티에 초대해주었다. 큰 파티가 될 것이라 몇달 전에 미리 초대장을 보낸 것인데, 나와 구남친2와 교환학생 시절 어울리던 무리 중 하나였기 때문에 혹시... 하고 초대 인원을 보니 구남친2가 떡하니 들어있다. 가슴이 철렁하지도 않고 그냥 아 그렇구나 ㅇㅇ 싶은 마음인데, 오히려 좋게 헤어지지 않았음에도 이제는 만나서 안부 정도 물을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고 남았던 것도 지나가버렸다는 것은 홀가분하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마음도 지나가 사그라지겠지. 너무 시간이나 정해진 것에 맡겨버리고 믿어버린다기보다는, 그냥 그 수순을 인정하고 그 시간 동안 내 삶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다. 



새로운 취미는 피아노 치기다. 주1회 레슨을 받는데, 처음에는 음악이나 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멋지고 부러웠다. 그런데 생각할 수록, 아름다워야 하는 것에 억눌리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졌다. 극렬한 무거움과 가벼움 속에서 붕 떠있는 음악에 미안함을 느끼며 내가 조금만 더 중력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덧글

  • ㅅㅂ 2017/12/05 09:52 # 답글

    친구여...
    연말에 마지막 외노자 이야기도 써주시게...나도 시작했다...
  • 클레어 2017/12/05 10:43 # 삭제 답글

    소진의 에너지넘치는 라이프를 언제나 응원해 :)
    하나의 남은 결정이 고대하고 고대하는 그 마지막 결정이야?!
    두근두근

    소진의 피아노 소리를 좋아하는 나는 피아노 레슨 대환영이야
    내가 동영상 보내줬지!?! 찍은것 있오 ㅋㅋㅋㅋㅋ 잘 감상하도록 할게:)
  • 냐냔 2017/12/17 18:07 # 삭제 답글

    제목이 내용과 맞게 위트있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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