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건 싫은 거다. 이유는 필요 없는 거다. 끄적이

오늘 연애밸에서 앵콜요청금지님의 최강찌질이 썰을 보며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해져 오다가 결국엔 퇴치에 성공하셨다고 글을 마무리 지으셔서 진짜 내가 다 소름이 돋고 후드려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가, 지난 주말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나에게 질척대던 남자가 생각났다.

내 이야기는 앵콜요청금지님의 이야기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았다.

사랑의 서약을 마치고 연회장으로 옮겨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즐겁게 먹고 마시고 춤추며 놀아대던 즐거운 파티였다. 이곳 파티 문화가 그렇듯이 서로 돌아가면서 인사도 하고 간단히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그 와중에 한 남자가 "너는 신부와 어떻게 아는 사이니"하며 말을 걸길래 대충 이야기를 하다가, 신부 들러리 중 한 명이었던 내가 진행 관련으로 여기저기 신경쓸 것이 많아 분주히 돌아다니니 그 남자가 점점 따라다니면서 말을 거는 것이 살짝 부담스러워지면서 아 얘는 지금 나한테 관심을 표현하려고 한다, 하는 느낌을 딱 받게 되었다. 그런데 전혀 뭐 내 타입이 아니어서 그냥 기쁜 날 표면적인 예의상 대화만 살짝 하고 자리를 피하는데, 자꾸 주위를 맴돌면서 말에 끼어들길래 조금 짜증이 나고 있떤 차에, 분위기가 무르익어 손님 모두가 원형으로 모여 풍선을 손을 사용하지 않고 몸만을 이용해 옆 사람에게 풍선을 전달하는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게임 시작 전 그 남자가 바로 내 옆에 딱 서는 것이었다. 거기서 기분이 갑자기 확 나빠져서 있었는데, 풍선을 옮길 때에는 과장하지 않고 게임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선에서 움직여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또 자꾸 말을 걸길래 좀 짜증이 너무 났다 (내가 성격이 괴팍한 건가 ㅋㅋㅋ 그냥 좋은 날 즐겁게 얘기할 수도 있는 건데 나는 내 맘에 안 드는 사람이 이렇게 끈질기게? 말을 걸면 너무 싫어서 싫은 티를 감추지 못하고 예의가 없어진다. 그냥 자리를 떠나거나 불친절하게 상대하게 된다). 

이후에 다들 슬슬 취기가 올라 춤사위가 더욱 화끈 달아올라 나 역시 다른 신부 들러리 말에 따르면 열심히 파닥파닥 ㅋㅋㅋ 몸을 튀겨대고 있었는데 ㅋㅋㅋ 신부의 친척 중 약간 또래의 오빠가 한 분 계셨는데 정말 재미있고 나이스하신 분이어서 (결혼 하셔서 부인과 함께 오셨는데 정말 멋진 커플이었다) 이야기도 많이 하고, 부인분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오빠분도 이제 슬슬 취기가 올라 신부 들러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통통 뜀뛰기를 하다가 내 손을 잡고 탱고 추듯이 이끌어 한 팔은 펴고 한 팔은 굽혀서 따다다닥 따다다닥 좌로 우로 오르락 내리락 웃긴 춤을 ㅋㅋㅋ 췄는데 즐거운 분위기였고 또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는 분이였기 때문에 전혀 거리낌 없이 다같이 손을 부여잡고 몸을 부둥켜 안고 신나게 춤을 추었다.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다른 남녀와 춤 추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파티 문화) 

그렇게 몇 분 춤을 추다가, 오빠분께서 화장실로 비틀비틀 사라지자 나는 혼자 현진영고 진영고 추면서 놀고 있는데 그 남자가(!) 다가와 "나랑 춤을 출래?"해서 

1. 그래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그냥 별 생각 없이 대충 1분 추다가 빠지자
2. 아냐 그래도 싫은 사람이랑 춤을 추는 건 죽어도 싫어

2초 고민을 하다가, 주위를 맴돌다가 다른 남자와 춤을 추기 시작하다가 그 남자가 빠지니 이때다 하고 낚아채듯 끼어들어오는 모습도 너무 싫어서 (나는 사실 한 번 누가 싫으면 계속 싫음 ㅋㅋㅋㅋ 사실 이런 행동 자체가 이상한 행동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호감있는 사람이 그랬으면, 와 그는 조심스럽고 수줍은 사람이야 어쩜 이리 귀여울 수가! 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는데 ㅋㅋㅋ 그냥 싫은 사람이라서 다 싫게 와닿음) 

"아니, 난 혼자 추는게 더 좋아" 라고 대답하며 더욱 더 격하게 현진영고 진영고를 춰댔다.

그러자 그 남자는 "왜, 방금까지도 다른 남자랑 춤을 췄잖아" 라고 받아치는데 이 대답이 난 더 싫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하게 찌질해 ㅠㅠ 다른 남자랑 춤을 췄고 춤을 출 거라고 너랑도 춰야되는 법은 없단다!

"응 그 분은 신부의 가족이었어" 로 땜빵하며 안되겠어서 바로 피신해 술을 한잔 타마셨다.

그 후로도 그 남자는 잊을만 하면 은근히 내 옆으로 와 춤을 추는 바람에, 내가 벌써 사정을 얘기해서 나를 가엾게 여긴 여자친구 한 명이 자꾸 그 남자와 내 사이로 파고들어와 열심히 나를 구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끈질기게 내 곁을 맴돌아 결국 나는 그 여자친구와 구석탱이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나 떨게 되었고, 1시 쯤에 파티가 파하게 되자 나는 출입구 근처에서 정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그 남자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길래 앗 문 옆에 있다가는 마주치겠다 싶어서 잽싸게 몸을 피하려고 했는데 그 남자가 그런 날 보고 완전 나에게 또 뛰어오더니 "오늘 너와 춤을 추지 못해서 유감이야, 너와 알고지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것도 정말 유감이야..."라고 하길래 웬만했으면 몇마디 인삿말을 할 만도 했을텐데 그것도 짜증이 나서 그냥 "응! 잘가!"하고 보내버렸다. 

이건 내가 성격적으로 좀 예민한 부분이 있어서 내가 그다지 자랑스러워하는 나의 모습은 아니다. 독일에 온 후로 이렇게 접근하는 남자들을 꽤나 많이 쳐내서, 친구였던 남자들이 꽤나 많이 떨어져 나갔다. 싫은데 자꾸 성급하게 다가오는 것도 싫고, 이렇게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라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의 경우,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외적으로 내 타입이 아니면 나는 아예 이성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 쳐놓는 것 같다. 

이 사람이 내 눈에 멋져보였다면 나는 당연히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그와 춤을 췄을 것이다. 

싫은 건 싫은 거다. 이유는 필요 없는 거다. 

남자든 여자든 접근하고 싶어하는 상대가 부담스러워한다면 한 발짝 물러서자. 좋아할 자유도 있지만 그 마음을 거절할 자유도 있다.

뭐 별 거 아닌 이야기였다. 



덧글

  • cmml 2017/09/12 03:34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파닥파닥 하는 부분 상상되서 도서관 데스크에서 빵터졌자나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진영고 진영고는 또 뭐예요 뭔지 모르겠지만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 단칼에 쳐낸거 잘하신 거 같아요 왜냐면 저 상황에서 은근히 받아주면 서로에게 못할 짓인 것 같아서.....
  • 브롯 2017/09/12 17:17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웨이브도 넣고 골반도 튕겼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냥 그물에서 갓 잡혀올려진 한 마리 생선마냥 파닥파닥 거렸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마음 같아서는 말도 걸지 말라고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소규모 결혼식에 신랑신부 중심으로 모인 자리라 너무 예의 없게 굴면 나중에 뒷말이 나오거나 신랑신부에게 민폐일까봐 진짜 최대한 참았어요 피해다니는 걸로 땜빵.......
    처음에 말 걸때 부드럽게 받아줬던 것이 화근이었는데 상대하면 안되겠다고 느낀 게 표면적으로 몇 마디 하니까 바로 사적인 얘기를 너무 많이 물어보고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해서 진짜 별로였거든요 ㅠㅠ 너무 부담스러웠다능 ㅋㅋㅋㅋㅋㅋㅋ
    현진영고 진영고는 80년대생 확인 트랩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튜뷰 검색ㄱㄱㄱㄱㄱㄱ
  • cmml 2017/09/12 22:43 #

    방금 유툽 봤는데 이거 뭐예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초코홀릭 2017/09/12 09:04 # 답글

    현진영고 진영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넘 웃겨요 인스타에 동영상(?) 올려줘요!!! 제발!!!!!!!!!!!!
    근데 많이 어리신 분(윗분)은 현진영고 진영고 모름......? 하..... 80년대생 모여라.....!!! ㅋㅋㅋㅋㅋ
  • 브롯 2017/09/12 17:18 #

    초코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진영고 진영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거욕 80년대생 확인 트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옛날에 막 손범수가 양복입고 사회보던 가요톱텐에서 나오던 그런 거잖아요 유영진도 나와서 막 난 니가 싫어졌어 미워졌어 하면서 노래부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0년대생 모여라!!!! 90년대 감성 포레버!!! 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저는 그날 너무 바빠서 제대로 사진을 한 장도 못찍은 것이 한이었는데 다른 손님들은 많이 찍었을 것 같은데 얼른 사진 동영상 구걸좀 해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정 안되면 집에서 현진영고 진영고 재탕 찍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쭈꾸미 2017/09/12 10:34 # 답글

    딴건 다 모르겠고 현진영고진영고만 딱 재생되는부분...ㅠㅠ
    80년대생 자동확인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남자들은 왤케 눈치가 없나몰라요ㅋㅋ어휴ㅋㅋㅋㅋ대놓고말해줘야 아..나까였구나...하고 짜져있을듯....ㅉㅉ
  • 브롯 2017/09/12 17:21 #

    ㅋㅋㅋㅋㅋ 쭈꾸미님 요게 글 내용보다 현진영고 진영고가 더 임팩트가 컸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 80년대생 자동확인 ㅋㅋㅋㅋㅋㅋ
    진짜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이 싫은 티 내거나 대놓고 얘기해도 전혀 이해 못하고 올 얘가 지금 튕기네 ㅋ 하는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정말 남자나 여자나 이렇게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배려 없이 눈치 없는 사람들은 진짜 짜증나요 ㅠㅠ 진짜 이 남자 피해다닌다고 구석에 찡박혀있느라 신부 춤 추는 것도 놓치고 ㅜㅜ 에잇
  • 2017/09/12 11: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9/12 17: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오춘기 2017/09/12 12:03 # 답글

    맞아요 싫은데 이유 있나요 그냥 내가 싫으면 싫은 것...
  • 브롯 2017/09/12 17:23 #

    그쵸 친구 사이에서는 첫인상으로 낙인(?) 판가름(?) 하는 게 좀 덜 한 편인데, 이상하게 남자들에 대해서는 첫 인상에서 모아니면 도로 낙인 찍게 되더라구요. 싫으면 진짜 너무 싫고 좋으면 금사빠라 ㅋㅋㅋ 어른스럽지 못한 성격이긴 하지만 제 성격이 이왕 이런거 ㅜㅜ 너무 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 주면서 싫은 사람에게도 다정하게 대해야해 하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싫은 건 싫은 거니까요!!!!
  • 2017/09/13 10: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악어악어 2017/09/21 10:08 # 삭제 답글

    ㅋㅋㅋ 원래 이런 이야기가 재미없게 쓰면 한없이 재미없는데 브롯님은 진짜 글솜씨가 좋으신거 같애요 연애썰이야기 항상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더 써주세요 더더더 ㅎㅎㅎㅎㅎ 저도 호감없는 남자가 들이대면 소름돋고 엄청 싫은티 내게 되는편이라 더 공감가네요!! (참 인스타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ㅎㅎ)
  • 브롯 2017/10/16 18:35 #

    꺅 악어악어님 ㅎㅎㅎ 댓글 확인이 많이 늦었죠 ㅠㅠ 다시 보실지 모르겠지만...
    글솜씨가 좋다니 *^^* 칭찬 감사드려용 ㅎㅎㅎㅎ 뭔가 일상이 코메디다보니 글도 웃긴 것 같아요 ㅋㅋㅋㅋ 당분간은 좀 칙칙한 내용들이 줄줄이 쏘세지로 올라오겠지만 곧 다시 밝고 재밌는 내용으로 가득 찰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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