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역사] 06. 아저씨 (2) 연애의 역사

아저씨와 당시 함께이던 분은 나와 굳이 여러 인삿말을 하고싶어하지 않으셨는데, 집안에 생긴 일 때문에 이런저런 정신이 없으시리라 생각하고 간단하게 아저씨와 이게 왠일이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잠깐 하고는 나는 친구와 다시 와플을 먹느라, 아저씨는 다시 그 분과 가던 길을 가느라 허둥지둥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이었나 며칠 후였나, 아저씨가 그 때 질문에 대한 답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일상이 바쁘다보니 자꾸만 늦어질 수록 답장을 하기가 더더욱 민망해져서 여지껏 답을 못했는데 이렇게 마주쳐서 창피하다, 귀국 하기 전에 시간이 되면 늦은 답변과 그에 대한 사과의 대접을 하겠다고 해서, 굳이 바쁜 와중에 시간 내주지 않아도 고맙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주친 것이 신기도 하여 잠깐 만나게 되었다. 이미 내가 궁금하던 사항에 대해서는 다른 이곳저곳에서 답변을 얻어 필요치 않아서 간단히 어떻게 지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담소를 펼치게 되었다.

이 때 나는 유학 준비를 하면서 지금 일하는 회사의 한국지사에서 인턴십도 병행하고 있었는데, 독일에서 출장 오신 다른 디렉터 한 분께서 이왕 독일에 올 거면 미리 와서 독일 본사에서도 잠깐 인턴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셔서 그 관련한 이야기가 오가던 때였기 때문에 나도 곧 독일에 가게 된다고 이야기하며 마무리짓고 아저씨는 독일에 오게 되면 연락해! 하며 또 담백하게 헤어지게 되었다. (바로 이 때가 내가 씨버러버 오빠와 한창 연락을 하던 시기)

그 후로 몇달 뒤, 나는 정말 독일에 인턴십으로 예상보다 일찍 바로 가게 되어서, 생각난김에 아저씨에게 잘 지내니 나는 곧 뉘른베르크로 가게 되었어 야호!라고 메일을 보내니 아저씨께서는 와우, 뉘른베르크는 나의 아주 좋은 오랜 친구의 고향이라 잘 알지, 그리고 내가 사는 도시와도 기차로 한 시간 거리니 독일에 오면 꼭 다시 연락을 줘! 하는 연락을 마지막으로 나는 2012년 초에 독일에 오게 되었다.

집 찾으랴 회사 다니랴 씨버러버 오빠와의 실연을 치유하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독일에 교환학생 시절 친구들이나 다른 언어교환 친구들이 많았음에도 제대로 연락할 짬이 나지를 않고 있다가, 한 두 달 정도가 지나면서 독일 내의 지인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제가 돌아왔습니다" 류의 연락을 뿌리기 시작했다. 많은 친구들에게서 만나자 만나자 하는 제안을 받아 그래 너는 언제 보고 너는 언제 보자 식의 인기인 체험을 하던 차에 아저씨에게도 보낸 짧은 연락에 아저씨는 자기는 주말에 보통 교외에 나가있으니 동네에 올 일이 있다면 미리 꼭 연락을 달라고 하며 폰번호를 주었다. 독일에 온 이후로 한 번도 뉘른베르크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기에 아저씨가 사는 대도시에 한 번 놀러가야겠다 싶어서 (이 도시는 사실 나의 첫 남자친구와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고 그 당시에는 그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부활절 연휴 토요일에 그 도시에 갈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고 언질을 줘놓았다.

그리고 대망의 부활절 휴일이 다가왔다. 독일 카톨릭 지역에서는 Karfreitag 이라고 굿프라이데이에 바나 펍에서 음악/춤이 금지였지만 불금을 위해 나를 찾아온 친구들이 있었길래 어쨌거나 마시고 놀다보니 새벽 3시가 되었고, 집에 가는 버스를 잘못 타서 집에는 거의 4시 반이 넘어서 도착해서, 아 날 새고 기차타고 여행은 무리데쓰네 하고는 쓰러져 자는데, 기차시간에 맞춰놓은 알람이 아침에 미친듯이 울리길래 으악 살려줘 하면서 깨어나고는 좀처럼 다시 잠에 들지 못해 그래 이건 집에만 틀어박혀있지 말고 좀 나가 놀으라는 계시다 하고는 어엉부영 씻고 행오버를 가득 안고 겨우 기차를 타고 뮌헨에 도착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 아 괜히 왔다 하면서도 오랜만의 대도시에 숨통이 트여 박물관 구경을 총총총 하며 앗차 아저씨에게도 내가 뮌헨에 왔다고 문자를 보냈다. 아저씨가 연휴 동안엔 뮌헨에 있어서 마침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낮에 잠깐밖에 시간이 되지 않는다하여 내가 전시를 보고 있던 피나코텍에서 만나 잠깐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아저씨와 반갑게 인사하고 피나코텍 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독일에 다시 오니 어떠니, 잘 지내니, 회사는 어떠니 등 또 근황을 늘어놓다가 아저씨에게 너는 어떻게 지내니 하니 아저씨의 안색에 약간 그늘이 드리우더니 함께하는 분과의 관계가 많이 틀어져있다고 하시길래 나는 걱정이 되어 무슨 일이니, 만남에는 갈등도 따르기 마련이지, 식의 위로를 하니 아저씨는 모종의 이유로 요즘은 힘든 시기에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나는 대략 표면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위로를 해주었고 간단한 커피타임이 끝나고 아저씨는 혹시 저녁에 시간이 되면 셋이 밥을 먹자 여자분이 저번에 한국에서 봤을 때 나와 제대로 인사를 못해서 내가 뮌헨에 왔다길래 다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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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역사 06. 아저씨는 계속된다


덧글

  • 2017/04/20 17: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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