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돼 연애의 역사

약간 저질 빡침 에피소드의 연장격이며 똥글이니 퀄리티 포스팅을 원하시는 분은 뒤로가기 버튼을...



지난 주말은 O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함께 제주도에 다녀올 계획이었다. 제주도에 가기 열흘 전 헤어지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나는 제주도에 당연하게 갈 것 같은 느낌이었고 제주도에 가지 않는다는 건 상상할 수가 없었다. 역시, 무슨 일이 있든 나의 편에서 힘이 되어주는 친구 두 명이 의기투합하여 나의 제주행을 빛내주었다.

이 제주 여행으로 말하자면, 결론적으로는, O와 제주도를 함께 다녀왔다면 더 험한 꼴을 보고 개싸움으로 헤어졌을 가능성이 다분했을 것이라고 느꼈고 동행했던 친구들 역시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끝없이 공감하였다.


숙소 문제   

비행기를 내가 미리 두 사람 것을 예매를 해 놓았는데, 내가 “비행기는 내가 알아보고 처리했으니 숙소는 네가 알아보고 처리하라”고 이야기하자 O가 눈을 반짝거리며 “나 제주도에 숙소 정말 멋진 곳 알아, 전여친이랑 같이 갔던 곳이었는데 정말 괜찮았어” 라고 말을 하는데, 전여친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도 동공지진을 하는 것이 얘도 아차, 싶었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 이미 입 밖으로 나온 말. “너 방금 뭐라그랬어, 너 정신 나갔어?”라고 말을 하니 그 당시 정상모드였던 O는 미안하다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고 (그의 논리는, 전여친에 대한 생각을 하며 그 말을 한 것이 아니었고, 그냥 그 숙소 자체가 정말 괜찮았다는 말을 하고싶었던 것일 뿐이었다고 한다) 결국 O가 더 좋은 숙소를 알아보고 예약을 하는 것으로 죗값을 치루는 걸로 타협을 보았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내가 이미 두 사람 분의 비행기표를 예매를 했고, O는 말실수를 하여 숙소를 예약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이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비용처리 방법은? 나는 당연히 비행기표는 내가 부담, 호텔은 O가 부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포르투갈에서 돌아온 나에게 O는 제주도 숙소를 예약했다며, 그런데 체크아웃할 때 계산하는 걸로 예약을 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예약을 취소할 수 있다며 하야트 리젠시를 예약했다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괜찮지, 라고 대답을 했는데 그 이후에 돈 계산 관련한 문제들이 떠오르면서 얘가 혹시 호텔값도 갈라내자고 하는 것이 아닌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기 시작했다. 체크아웃할 때 계산하는 걸로 예약을 한 것이 친구들 방문 때문에 돈을 많이 쓰게 되면서 현금 유동성이 부족했던 (?) 탓인지, 아니면 본인이 먼저 돈을 다 내기가 싫었던 건지, 아니면 정말 다른 호텔로 (신라나 롯데, 설마?) 예약을 바꿀 생각을 한 때문이었는지 아리송했는데, 우리가 헤어지던 순간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헤어지던 순간, 내가 예매한 비행기표가 환불 불가라고 생각해서 그의 몫의 비행기 값 16만원을 나에게 보내달라고 O에게 말하자, 그가 “나도 호텔 예약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너에게 알려줄게”라고 하는 거다. 응? 그걸 나한테 왜 알려줘? 내가 황당해서 “예약 변경이나 취소하기 쉽도록 체크아웃 할 때 계산하는 걸로 예약했다며. 안 가면 그만인 거 아냐?” 라고 하자 O가 “혹시 모르니까 예약 취소가 되지 않아 돈을 내야 한다면 너에게 알려줄게” 라고 하는 거다. 이새끼는 애초에 호텔값을 반으로 나눠 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ㅋㅋㅋㅋ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아니야, 그건 어차피 네가 내기로 되어있었잖아?” 라고 말하니 그가 나를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고는 휘적휘적 사라졌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나원참 ㅋㅋ 이걸 쓰는 순간에도 어이가 없어서 ㅋㅋ 네 제가 이런 남자를 3개월을 만났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헤어진 다음날 O에게서 비행기값 16만원이 왔는데 (나는 사실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금요일날 반차밖에 낼 수 없었던 그의 스케줄에 맞춰 금요일 오후 – 일요일 저녁으로 예매해놓은 비행기를 친구들과 일정을 새로 맞추면서 금요일 아침 – 일요일 저녁으로 새로 예매하려고 웹사이트에 가보니 나와 O의 비행기표가 취소 가능한 표였다는 것. 그래서 취소 수수료 2만원 떼이고 환불을 받았는데, 이 돈을 O에게 돌려줄까 3초 고민했지만 그의 먹성을 채우느라 썼던 나의 돈을 생각하면서 (못 보셨다면 이전 포스팅의 5만원 피자배달류의 이야기를 참조하시라) 그냥 O를 만나느라 빵꾸난 부분 땜질한다 싶은 마음으로 그 돈은 돌려주지 않았다. 물론 16만원이 그 빵꾸를 다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렌터카

제주도에 출동한 3인 모두 면허는 있었지만, 그 중에 다른 친구 한 명이 최근에 운전을 제대로 시작하면서 우리의 운전담당이 되었다. 처음에 제주도행을 이야기하면서 렌트를 할까, 택시를 탈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렌트를 선택했는데, 결론적으로 렌트를 한 것은 백 번 잘 한 결정이었다. 기동성과 즉흥성이 극대화되면서 역시 차가 편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O는 면허가 없었다. 나는 30 넘은 남자가 면허가 없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이상했는데, 런던이랑 홍콩에서 살았으면 굳이 운전할 일이 없었겠지, 라고 나름 생각을 했다. 물론 내가 면허가 있으니 내가 렌트를 해 운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애인끼리의 여행에서 여자만 운전을 한다는 것이 매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맥주 한 두 잔 하기 좋아하는 나와 O의 여행에서 내가 운전을 할 경우 나는 술을 마실 수 없는데 O만 신나게 맥주를 퍼마시는 광경이 눈앞에 선해지면서, 혹은 둘다 술을 알딸딸하게 마셨는데 택시는 잡히지가 않고, 혹은 택시비 문제로 어정쩡하게 뻘쭘대는 O의 모습을 생각하니 아, 정말 얘랑 제주도 안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합적으로

서귀포 쪽 중문에 있던 하야트에 O와 함께 갔더라면, 폭우경보로 비 줄줄 내리는 와중에 렌트카도 없어 제주시쪽으로 해수욕도 하러가지 못했을 것이며 그냥 숙소에 찡박혀서 그의 피곤해 타령만 듣다가 체크아웃하는 호텔 리셉션에서 돈 반 내라는 그의 성화에 개싸움을 하고 헤어졌을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 헤어지기 전에 제주도 이야기를 하면서 "제주도에 가면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고만 싶어"라고 말하는 그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친구들과는 해수욕도 하고, 숲길도 걷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축구 결승전도 보고, 예쁜 까페도 다니면서 수다 대폭발의 향연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번 여행을 친구들과 다녀올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친구들과 함께한 이번 제주도 여행의 모토는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끝까지 놓지 말자"였는데,

원래 제주를 함께 가려던 친구 중 한 명이 사정이 생겨 오지 못하게 될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으나 (셋이 가려던 여행을 둘이 가려니 김이 새는 감이 있어서 나와 나머지 한 명 친구도 사정이 생긴 친구의 제주행을 강력히 바랐다) 결국 그 친구의 일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서 마지막 순간에 동행이 가능하게 되었고,
태풍 후 제주 날씨가 좋지 않아 금토일 모두 비예보가 있었는데, 금요일은 날씨가 매우 화창했고, 해수욕 가기로 했던 토요일에는 아침에는 구름과 안개가 잔뜩 끼면서 비가 후드득 후드득 내리긴 했으나 점심을 다 먹을 때 쯤 갑자기 해가 환히 떠서 렌트카에 덥석 올라타 곽지해수욕장으로 달려가 즐겁게 해수욕을 했고 햇살에 몸을 제대로 구웠다.
마지막날 숲길 산책을 하기 위해 숲으로 올라가는데 또 비가 엄청나게 오길래 망했다, 하고 우선 차를 세웠는데 또 차를 세우자마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면서 숲 입구쯤을 한바퀴 가볍게 돌 수도 있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니 결국 마지막엔 좋은 일만 가득했고, 원하는 대로 되었다.


나에게 내리는 이 비도 이제 얼른 그치고 햇살이 비추길. 



2박 3일 제주도 사진들

첫째 날 해질녘의 이호테우 해수욕장


둘째 날 기적처럼 날이 갠 곽지 해수욕장


물에 들어가기 전에 수영복 입고 찰칵
(오이쇼 모노키니)


마지막 날 공항 근처 어느 항구
(오이쇼 랩드레스. 의도치 않게 오이쇼와 함께한 이박삼일)


첫째 날 먹은 제주도 흑돼지

둘째 날 먹은 해녀의 집 전복죽 특불회 한치덮밥
전복죽이 존맛이었다


둘째 날 저녁으로 먹은 고등어회와 모듬 해산물
축구 승부차기까지 가기 원했으나 연장전에서 끝났다


나의 이박삼일을 책임져준 뷰티템들
드렁큰 엘레펀트 리퀴드 브론저 깔고 엘프 브론저로 셋팅해주고, 아워글라스 스틱 하이라이터를 광대 위에 그어
(사진에는 없지만) 오르가즘 리퀴드 블러셔로 브론저와 하이라이터를 이어준다
엘프 듀오 파레트에 있는 살구핑크 펄 블러셔로 아이 베이스 깔아주고, 펜슬 아이라이너 그려준 후에 엘프 브론저로 아이라인 블렌딩 해준다
화룡점정은 펜티뷰티 글로스밤. 펜티 글로스만 있으면 여름 화장 끝장난다.



연애 & 여행 & 패뷰밸 모두 가능해서 고민하다가 연애밸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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