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과 방탄 끄적이

맨 정신으로 두 번째 다시 만난 밤사남은 술 취했던 기억보다 훨씬 키가 크고 수려했다. 하지만 술취했던 불금 기억 속 재미있고 유쾌한 우리와는 다르게 어색하고 불편한 기운.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이 차이코프스키류의 내가 싫어하는 웅장함이었기에 클래식은 뭘 듣느냐고 묻자 그는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한다고 하며 나에게 역시 뭘 좋아하냐고 묻기에 드뷔시나 라벨을 좋아한다고 하니 밤사남은
음, 난 라벨은 무거워서 별로던데.

리벨을 모르면서 한 마디 거짓말을 하거나
웅장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실제 라벨을 무겁다고 느끼는 경우 나와 음악적 감상이 매우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하게 된 소개팅에서, 외적으로는 너무나 내 스타일이 아닌 소개남이 나왔기 때문에 음 대충 하고 가야지, 하고 생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 음악 얘기가 나오자 소개남이 아 저는 잡덕이라 아무거나 이것저것 잘 들어요 라고 웃으며 말했고, 그의 애플뮤직 리스트에는 방탄소년단이 있었다.

다가오는 주에 그를 한 번 더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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